홍수정 개인전 _ 연출된 공간 展
작가노트
일상 속의 생경함에 관심을 가지고 공간에서 느낀 감정을 낯익은 것이 낯설게 느껴지도록 그림을 그린다. 작품에 보여지는 색채는 공간에서 느낀 장면을 재해석한 것이다. 색채위에 표현된 이어지는 선들은 작은 타원형의 고리로 연결되어 증식되어짐을 보이며, 이것은 실타래, 머리카락 혹은 거미줄처럼 얽혀진 선들로 가까이에서 보면 반복적으로 증식하는 형상을 가진다. 이러한 본인의 기호적인 드로잉은 본인의 꿈과 무의식 세계가 뒤섞임을 나타낸다. 명암의 관계없이 평면적으로 처리된 개체의 무수한 드로잉은 본인의 꿈과 타자의 꿈을 대변하듯 여기저기를 넘나들며 번져나간다.
세필로 그려지는 기호적 드로잉은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 자라나고 증식해 나간다. 이렇듯 타자들의 생각덩이들은 모이고 모여 하나의 꿈덩이가 되고, 그 꿈덩이는 또 다른 형상으로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낸다. 연출되어진 공간에 놓여진 기호적인 드로잉은 깨알같이 반복되는 점, 선, 도형으로 하나의 꿈덩이가 되어 숨쉬고 꿈틀대며 작품 속에서 공기를 만들어낸다. 이렇듯 작품 속의 공기를 관객과 공감하고자 한다. 관객의 시선과 작품 속 장면이 하나가 되고, 그 순간이 작품 자체가 되는 것이다.
세상의 시선과 연출된 공간의 장면이 분리된 상태가 아닌 공간적 소통으로 얽혀, 연출된 공간을 시각적으로 고정시켜 본다기보다는 보이지 않는 공기와 잡히지 않는 빛의 흐름을 감각적으로 표현한다. 우리는 세상과 더불어 생성되고 함께 나아가는 것이다.
본인은 본인만의 독특한 시각적 진술을 통해 타자와의 이야기를 시도한다. 타자가 가지는 억압된 꿈에 대한 고민을 풀어나가며 관객의 내면의식을 일깨우고자 한다. 결국 본인의 작품은 우리 모두의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있을 다양한 꿈을 바라보고 상상하는 자기 고백적 치유의식과 상호작용을 위한 내적 심리세계의 발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작가의 눈과 관객의 눈, 그리고 작가의 정신과 관객의 정신이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한 공간에서 소통하고 호흡하는 작업을 추구한다. 이는 세잔이 강조한 ‘조성된 감각의 논리’라는 개념과도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눈으로 자연을 봄으로써, 그리고 머리로는 조성된 감각의 논리로써 작업하는 과정과 마찬가지로 눈으로 관객과 소통함으로써, 그리고 마음으로는 관객과 공감함으로써 나의 작업은 더 이상 나만의 작업이 아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