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연 _ 결: 생의 기억, 삶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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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텐레스 스틸에 조명 작업을 기반으로 진행해 온 작가 최재연의 최근 작품은 나무와 한지에 조명이 들어간 <결> 시리즈이다. 이전에 사용한 재료와 상반되는 물질성이 들어나는 원목과, 작은 힘에도 자국을 남기는 전통 한지로 주된 소재 변화를 꾀했다. 과학기술 이후의 재료가 스틸이라면 태고부터 내려오는 인간 생활사에 밀접한 재료가 나무이고 종이 즉 한지 임을 감안한다면, 작가가 선택한 이번 시리즈 <결>과 접목되는 지점이 있겠다.

작가의 이번 시리즈에서 먼저 눈에 띠는 나무의 ‘결’, 즉 나이테는 자연의 기후 변화로 성장의 기록들이 남아 시각적으로 들어나는 시간의 형체이다. 한지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인쇄용 A4지와 비교해 보면, 지금도 손으로 한지를 뜨는 이들이 존재하는 이유가 설명된다. A4 출력용지의 단면을 한번 보자. 이 매끄러운 단면을 한지의 단면과 시각적으로 비교하면 이 얇은 종이에서 여러 겹의 ‘결’을 볼 수 있다. 한지의 결은 기계에서 잘 만들어져 나온 공산품이 아닌, 인간의 손과 몸으로 제작되어 내려온 방식이 주는 시각의 증거이다. 그러기에 최재연의 <결>은 시간이 담겨있고, 기억이 만들어낸 시리즈라고 본다. 그 안에서 작가가 만들어낸 작품의 방법은 이러한 “결”을 오롯이 담아내고자 하는 방식들로 선보인다. 작가는 인식하지 못하는 시간의 시각화와 그 소중함에 대한 방식을 재료의 물성과 맞물려 온기가 있는 형태로 전하고 있다. 이로써 고스란히 담긴 시간성은 물성과 함께 경건함 마져 관람자들에게 전달한다. 동시에 <결>은 작가가 작업을 대하는 중심점이 어디에 있는지 말해주는 증거가 되고 있다.

 

이진성(소노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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